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자영업자 비율, 그 이면에는 단순한 창업 열풍 이상의 구조적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국내 고용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한국인은 원래 장사하기 좋아한다"는 문화적 특성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숫자는 문화보다 구조가 먼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자영업 의존도가 높을까? 이 질문을 중심으로 고용 구조, 정책, 사회 안전망, 그리고 경제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자.
1.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유독 두드러지는 한국의 자영업 구조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 중 약 24%에 달하며, 이는 OECD 평균인 약 1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자영업 종사자 중 고용 없이 혼자 운영하는 ‘1인 자영업’ 비율도 높은 편인데, 이는 생계형 자영업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자영업은 전문 직종이나 프리랜서 성격의 고소득 자율 노동 형태로 발전해왔다. 반면 한국의 자영업은 대체로 생존을 위한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퇴직 후 창업이다. 제조업 또는 대기업에서 은퇴한 50~60대가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것이 치킨집, 편의점, 카페 같은 자영업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창업 열풍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뒤늦은 은퇴 후 재취업이 어려운 구조, 취약한 고령층 사회안전망, 불충분한 연금 수령액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OECD와의 격차는 단지 수치상의 차이가 아니라, 한국 고용 시장의 취약성을 반영한 구조적 경고음이라 할 수 있다.
2. 자영업으로 몰리는 구조: 고용 흡수의 실패와 산업 생태계의 왜곡
한국의 자영업 비중이 높은 데는 고용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산업 구조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의 고용 구조는 대졸자 및 청년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동시에 서비스업은 질 낮은 일자리로 전락하거나, 파트타임 위주로 전개되어 고용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IT, 반도체,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낮다. 즉 매출은 높지만 투입 인력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고용 효과가 큰 산업—예컨대 유통, 숙박, 요식업—은 생산성이 낮고,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자영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결국 자영업이 고용 안전판이자 최후의 수단이 된 상황이다. 비자발적인 자영업, 즉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자영업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고정 수입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 이는 통계 왜곡과 정책 미스매치를 불러오기도 한다. 정부가 자영업 비중을 '고용 회복'으로 오인하고 현실을 과소평가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3. 자영업 위기의 구조적 원인과 실효성 있는 정책 방향
자영업 위기를 단기적인 대출 지원이나 임대료 보전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의 부재다. 특히 중장년층이 퇴직 후 생계를 유지할 만한 안전한 재취업 통로가 거의 없다는 점은 심각하다.
또한 자영업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고, 경쟁이 과도한 것도 문제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 대비 편의점 수, 치킨집 수, 미용실 수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시장의 파이가 커서가 아니라, 누구나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 사회안전망 강화: 중장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기본소득 또는 소득보전 장치 도입
- 고용 다변화: 중소기업·서비스업의 일자리 질 향상을 통한 고용 흡수력 강화
- 퇴직 후 창업 유도 정책 개선: 창업 교육, 업종 분산 전략, 지역 기반 연계 등 실질적 컨설팅 필요
자영업은 단순한 개별 경제활동을 넘어 고용, 복지, 산업 정책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고질적인 자영업 의존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기 지원책을 넘어선 근본적인 고용 생태계 재설계가 필요하다.
높은 자영업 비중은 한국 경제의 생존 본능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누구나 사장이 되는 나라’라는 말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를 은폐하는 슬로건일지도 모른다.